공의존의 정의와 역사적 배경
공의존(Codependency)은 본래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가족에게서 나타나는 관계 양상으로 1980 년대에 개념화되었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파트너가 환자의 문제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뒷받침하고(조력 행동: Enabling), '돌보는 역할'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는 관계 양상이다. 현재는 의존증에 한정되지 않고 온갖 불건전한 관계 양상으로 확장되어 사용된다. 공의존의 핵심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과도한 자기희생: 자기 욕구를 무시하고 파트너를 돌보는 일에 몰두한다, (2) 외부에 놓인 자기 가치: 자기 가치를 파트너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지에 의존한다, (3) 통제 욕구: 파트너의 행동을 관리하려 한다, (4) 경계선의 결여: 자기와 타인의 경계가 모호하여 파트너의 문제를 자기 문제로 떠안는다. 공의존은 정식 정신의학 진단은 아니지만 임상 현장에서 널리 인식되고 있는 개념이다.
공의존의 기제와 애착과의 관련
공의존을 애착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불안형 애착의 극단적인 표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공의존적인 사람은 '나는 상대에게 필요한 존재일 때에만 가치가 있다'는 내적 작동 모델을 지니며, 파트너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자기 존재의 의미를 확인한다. 이 양상은 어린 시절 '부모를 돌보는 아이'(Parentified Child)로 기능한 경험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공의존 관계의 역학은 한쪽이 '구원자'(Rescuer) 역할을 맡고 다른 쪽이 '구원받는 자'(Victim) 역할을 맡는 상보적인 양상으로 유지된다. Karpman 의 드라마 삼각형(Drama Triangle)에서는 구원자와 피해자, 박해자라는 세 가지 역할이 순환적으로 뒤바뀌면서 관계가 유지된다. 공의존적인 사람은 겉으로는 '헌신적이고 애정이 깊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동기는 진정한 이타성이 아니라 버림받음 불안과 자기 가치의 외부 의존이다.
공의존과 궁합 진단에서 유의할 점
공의존은 말이 널리 알려진 만큼 너무 쉽게 갖다 붙이기 쉬운 개념이기도 하다. 빅파이브와의 관련에서는 친화성이 극단적으로 높고(과도한 자기희생) 자존감이 낮으며 신경증이 높은(버림받음 불안) 조합이 공의존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친화성이 높다는 것 자체는 건전한 특성이며, 공의존과의 구별은 '경계선의 유무'와 '동기의 질'에 있다. 건전한 이타성은 자기 욕구도 충족시키면서 타인을 돕지만, 공의존적인 이타성은 자기 욕구를 희생하여 타인을 돕는다. 피하고 싶은 것은 이 이름표를 붙이는 데서 이야기를 끝내 버리는 일이다. 자신에게 해당되는지 알고 싶다면 공의존이라는 이름을 맞춰 보기보다, 부탁을 거절한 뒤에 죄책감이 얼마나 남는지, 상대가 평온하고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을 때 자기 쪽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를 보는 편이 단서가 된다. 다만 이런 자기 점검에는 한계가 있다. 폭력이나 중독이 얽혀 있는 경우, 또는 그 관계에서 떠나는 상상 자체가 두려움이 되는 경우에는 혼자 다룰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므로 전문 기관에 상담하는 것이 적절하다. 공의존을 낳는 성격 요인과 구체적인 행동 양상은 해설 기사 공의존의 심리학 - 성격 특성이 낳는 불건전한 관계 양상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