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이론의 기원과 기본 개념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은 영국의 정신과 의사 John Bowlby(1907-1990)가 1950 년대부터 1980 년대에 걸쳐 체계화한 이론이다. Bowlby 는 제 2 차 세계대전 이후 고아원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영유아와 양육자 사이의 정서적 유대, 즉 애착이 아이의 건강한 발달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애착의 핵심 기능은 '안전 기지'(Secure Base)의 제공이다. 아이는 양육자를 안전 기지로 삼아 외부 세계를 탐색하고, 위협을 느끼면 양육자에게 돌아와 안심을 얻는다. Bowlby 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애착 행동 체계가 생존을 위해 자연선택된 적응적 기제라고 주장했다. 양육자와의 반복되는 상호작용을 통해 아이는 '내적 작동 모델'(Internal Working Model)을 형성한다. 이는 자기와 타인에 관한 인지적 표상으로,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가', '타인은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기본적인 신념을 포함한다.
Ainsworth 의 낯선 상황 절차와 애착 유형
Mary Ainsworth(1913-1999)는 Bowlby 의 이론을 실증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낯선 상황 절차'(Strange Situation Procedure)를 개발했다. 이 실험에서는 생후 12~18 개월의 영아와 어머니를 실험실에 들여보내고, 낯선 사람의 입실이나 어머니의 퇴실과 재입실에 대한 영아의 반응을 관찰한다. Ainsworth 는 이 관찰을 통해 세 가지 애착 유형을 확인했다. 안정형(Secure) 영아는 어머니를 안전 기지로 삼아 탐색하고, 분리될 때 괴로움을 보이지만 재회하면 곧 안정을 되찾는다. 불안-저항형(Anxious-Resistant) 영아는 어머니에게서 떨어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재회할 때에도 분노와 접근을 번갈아 보인다. 회피형(Avoidant) 영아는 어머니의 존재에 무관심한 듯 보이며, 분리될 때에도 괴로움을 나타내지 않는다. 이후 Main 과 Solomon(1986 년)이 네 번째 범주로 비조직형(Disorganized)을 추가했다.
성인 애착과 연애 관계에의 응용
1987 년 Cindy Hazan 과 Phillip Shaver 가 획기적인 논문을 발표하여 Bowlby 의 애착 이론을 성인의 연애 관계로 확장했다. 두 사람은 성인의 연애 관계가 영아와 양육자의 관계와 같은 애착 과정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였고, 성인에게도 안정형과 불안형, 회피형의 애착 유형이 존재한다는 것을 실증했다. 그 뒤 Bartholomew 와 Horowitz(1991 년)는 자기 모델(긍정/부정)과 타인 모델(긍정/부정)이라는 두 차원으로 네 가지 애착 유형을 정의하는 모델을 제안했다. 성인 애착 연구는 어떤 조합에서 무엇이 일어나기 쉬운지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안정형끼리의 커플은 관계 만족도가 가장 높고, 불안형과 회피형의 조합은 '추격-후퇴' 양상에 빠지기 쉽다. 중요한 점은 애착 유형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안정된 관계 경험을 통해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애착 유형의 조합이 말해 주는 것은 두 사람이 지금 서로에게 무엇을 예상하고 있는지라는 현재의 상태다. 내적 작동 모델은 양육자와의 반복되는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지지만, 그 고쳐 쓰기는 지금 옆에 있는 상대가 그 예상대로 반응하는지에 따라 계속된다. 불안형과 회피형의 조합이라 해도, 쫓는 쪽이 늦은 답장을 버려질 징조로 다루지 않고 물러나는 쪽이 거리를 두는 일을 적의가 아니라 진정하기 위한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추격-후퇴의 순환은 그 자리에서 끊어진다. 앞에서 말한 변할 수 있다는 성질은, 이렇게 끊어 낸 순간이 쌓인 결과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