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애적 사랑의 정의와 특징

우애적 사랑(Companionate Love)은 Elaine Hatfield 와 Richard Rapson 이 열정적 사랑과 대비하여 규정한 사랑의 형태로, 깊은 친밀감과 신뢰, 애착, 헌신에 바탕을 둔 차분하고 안정된 감정을 특징으로 한다. Sternberg 의 사랑의 삼각형 이론에서는 열정이 빠진 채 친밀감과 헌신이 결합한 상태에 대응한다. 우애적 사랑에는 열정적 사랑에서 볼 수 있는 격렬한 흥분이나 갈망이 따르지 않지만, 그 대신 훨씬 오래 이어지는 안정된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우애적 사랑은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계통과 관련되며, 안심과 신뢰, 유대의 유지에 기여한다. 우애적 사랑의 상태에서도 뇌의 보상계는 계속 작동한다고 여겨지며, 그 양상은 열정적 사랑과 달라서 더 차분하고 지속적이다.

열정적 사랑에서 우애적 사랑으로의 이행

오래 이어지는 관계에서 열정적 사랑이 우애적 사랑으로 옮겨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이 이행은 사랑의 끝이 아니라 사랑의 성숙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행을 이끄는 기제로는 (1) 도파민 계통의 신경 적응에 따른 열정의 감쇠, (2) 옥시토신 계통의 강화에 따른 안정된 유대의 형성, (3) 함께한 경험이 쌓이면서 깊어지는 친밀감, (4) 내적 작동 모델의 갱신에 따른 안정 애착의 강화를 들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애적 사랑이 열정적 사랑의 열등한 형태가 아니라 질적으로 다른 사랑의 형태라는 점이다. 우애적 사랑이 자란 관계에서는 장기적인 만족도와 심리적인 안정도 함께 유지되기 쉬우며, 그래서 열정적 사랑보다 안정된 행복의 원천이 된다. 다만 열정이 완전히 사라지면 관계의 활력이 훼손되므로, 우애적 사랑을 바탕으로 삼으면서도 열정의 요소를 지켜 나가려는 노력이 가장 바람직하다.

우애적 사랑과 궁합의 장기적 전망

우애적 사랑이라는 개념은 지금의 관계가 오래 이어지는 형태로 자랄지를 가늠할 때의 단서가 된다. 우애적 사랑의 발전에 기여하는 요인은 열정적 사랑을 낳는 요인과 다르다. 우애적 사랑에는 깊은 상호 이해, 곧 사랑의 지도가 충실하게 채워지는 것과 신뢰의 축적, 함께 지니는 가치관과 목표,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식, 서로의 성장을 밀어 주는 지지가 필요하다. 빅파이브와의 관련에서는 우호성과 성실성이 높을 때 우애적 사랑의 발전과 유지에 도움이 된다. 우호성은 신뢰와 공감의 바탕을 마련하고, 성실성은 헌신이 이어지도록 뒷받침한다. 그러므로 상대와의 궁합을 생각할 때 지금 느끼는 고양감의 크기만 봐서는 부족하다. 가치관이 얼마나 겹치는지, 말하는 방식과 침묵을 쓰는 방식이 맞물리는지, 앞으로 자라고 싶은 방향이 같은지. 이런 조건은 열정이 높은 동안에는 차이가 겉으로 드러나기 어렵고, 열이 가라앉은 뒤에야 비로소 윤곽을 갖는다. 순서를 거꾸로 놓고 보는 편이 낫다. 우애적 사랑은 강한 고양감이 지나간 뒤에 저절로 남는 것이 아니라, 고양감과는 별개인 자리에서 저만의 느린 속도로 조금씩 쌓여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