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노출 효과의 발견과 실험적 증거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는 Robert Zajonc 가 1968 년에 발표한 획기적인 논문에서 체계적으로 실증한 심리 현상으로, 어떤 자극에 반복해서 접하기만 해도(그 자극에 관한 정보를 전혀 얻지 못하더라도) 그 자극에 대한 호감도와 친근감이 상승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Zajonc 의 실험에서는 참가자에게 뜻을 알 수 없는 한자, 처음 보는 사람의 얼굴 사진, 무의미한 음절 등을 서로 다른 빈도로 제시하고, 그 뒤의 호감도 평정을 측정했다. 그 결과 제시 빈도가 높은 자극일수록 더 호의적으로 평가되었다. 이 효과는 의식적인 인지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역하 제시(의식적으로는 지각할 수 없을 만큼 짧게 제시하는 것)에서도 나타나는 것이 확인되었다. 효과의 크기는 중간 정도이지만(Bornstein(1989)이 208 개 실험을 메타분석하여 r = .26) 매우 견고하며, 시각·청각·미각 등 다양한 감각 양상에서 재현되고 있다.
단순 노출 효과와 대인 매력
단순 노출 효과는 대인 매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큰 몫을 한다. 일상에서 자주 얼굴을 마주치는 사람(같은 직장, 같은 수업, 같은 통근 열차)에 대해서는 특별한 상호작용이 없어도 호감이 만들어진다. Moreland 와 Beach(1992 년)의 실험에서는 대학 강의에 서로 다른 빈도로 출석한 실험 협력자(다른 학생들과는 일절 교류하지 않는다)에 대한 호감도를 측정하여, 출석 빈도가 높을수록 더 호의적으로 평가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 기제로는 (1) 지각적 유창성(Processing Fluency): 익숙한 자극은 처리하기 쉽고, 그 처리의 쉬움이 호감으로 잘못 귀인된다, (2) 불확실성의 감소: 반복해서 접하는 동안 위협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어 안심하게 된다, (3) 고전적 조건형성: 접촉이 중성적이거나 편안한 맥락에서 일어나는 경우, 그 맥락의 쾌감이 자극에 조건형성된다 등이 제시되어 있다.
단순 노출 효과의 한계와 만남의 기회가 지니는 의미
단순 노출 효과에는 몇 가지 중요한 한계가 있다. 첫째, 처음의 인상이 부정적인 경우에는 반복해서 접하는 것이 호감을 늘리기보다 오히려 혐오를 강화하는 일이 있다. 둘째, 접촉 횟수가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효과는 포화되며, 그 이상 접촉해도 호감이 더 늘어나지는 않는다. 셋째, 단순 노출 효과로 형성되는 호감은 비교적 얕은 것이어서, 깊은 친밀감이나 장기적인 관계 만족도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단순 노출 효과는 만남의 기회 자체가 지니는 무게를 보여 준다. 성격적으로 잘 맞는 상대라도 접촉의 기회가 없으면 관계는 시작되지 않는다. 또한 단순 노출 효과에 따른 호감과 실질적인 성격의 궁합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 자주 만나기 때문에 좋아지는 것과 성격이 맞기 때문에 좋아지는 것은 서로 다른 기제이며, 앞의 것만으로는 장기적인 관계의 질을 예측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