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화성의 정의와 하위 척도

친화성(Agreeableness)은 빅파이브 모델을 구성하는 5 가지 요인 가운데 하나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협조적이고 이타적이며 신뢰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경향을 측정하는 차원이다. NEO-PI-R 에서 친화성은 여섯 개의 하위 척도, 즉 신뢰(Trust), 솔직성(Straightforwardness), 이타성(Altruism), 순응(Compliance), 겸양(Modesty), 온정성(Tender-Mindedness)으로 구성된다. 친화성이 높은 사람은 타인의 동기를 선의로 해석하여 상대의 애매한 행동에도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받아들이며, 대립 자체를 피하고 자신의 욕구보다 상대의 욕구를 앞세우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친화성이 낮은 사람은 경쟁적이고 회의적이어서 상대의 말과 의도를 일단 검증하려 하고, 자기 이익을 우선하며 필요하다면 갈등을 감수하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친화성은 대인관계의 윤활유처럼 기능하지만, 지나치게 높을 경우에는 자기희생이 과도해지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될 위험도 있다. 즉 친화성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 특성이 아니라, 협조와 자기 보호 사이에서 균형이 요구되는 차원으로 보아야 한다.

공감 능력과 이타성의 심리학적 기반

친화성의 핵심을 이루는 공감 능력(Empathy)은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이라는 두 측면으로 나누어 이해된다. 인지적 공감은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능력이고, 정서적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자기 일처럼 느끼는 경향이다. 친화성이 높은 사람은 두 가지 공감이 모두 높은 편이지만, 특히 정서적 공감이 두드러진다. 인지적 공감이 상대의 처지를 머리로 헤아리는 힘이라면, 정서적 공감은 상대의 괴로움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쪽에 가깝다. 이타성은 공감에서 비롯되는 행동적 측면으로,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타인을 돕는 경향을 가리킨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이타성을 호혜적 이타주의(Reciprocal Altruism)나 혈연 선택(Kin Selection)의 관점에서 설명하지만, 친화성이 높은 사람은 혈연관계가 없는 상대에게도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타인의 감정을 느끼는 이 힘에는 뇌 차원의 개인차도 관여한다고 여겨지지만, 친화성의 높낮이가 뇌의 어떤 활동에 대응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일치된 결론이 없다.

친화성과 두 사람의 궁합

친화성은 빅파이브의 5 가지 요인 가운데 관계 만족도를 가장 강하게 예측하는 요인 중 하나다. 두 사람 모두 친화성이 높은 커플은 갈등이 적고 건설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지니며 관계 만족도도 높은 경향이 있다는 보고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다만 관계의 질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는 두 사람의 친화성 조합에 따라 달라진다. 양쪽 모두 친화성이 높으면 온화하고 협력적인 관계가 만들어지기 쉽고, 양쪽 모두 낮은 경우에도 서로의 직설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문제가 생기기 쉬운 쪽은 한 사람의 친화성이 극단적으로 높고 상대는 낮은 조합이며, 이때는 높은 쪽이 늘 양보하고 낮은 쪽의 뜻이 언제나 관철되는 비대칭적인 관계 양상에 빠지기 쉽다. 겉으로는 다툼이 적어 보여도 한쪽에만 불만이 쌓여 가는 구조이므로, 갈등의 부재를 곧 관계의 건전함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나와 상대의 친화성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면, 의견이 부딪힐 때의 일을 상대가 무성의해서가 아니라 갈등을 마무리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늘 같은 사람만 조용히 양보하고 있지 않은지 이따금 확인해 두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