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과 보상계의 기제
도파민(Dopamine)은 중뇌의 복측피개영역(VTA)에서 측좌핵과 전전두피질, 편도체 등으로 투사되는 신경전달물질로, 뇌의 보상계(Reward System)에서 중핵적인 구실을 한다. 도파민의 기능은 단순한 쾌락 물질이 아니라, 더 정확히 말하면 동기적 현저성(Incentive Salience)을 부여하는 물질이다. 곧 도파민은 원한다(Wanting)는 갈망을 만들어 내고, 보상을 예측하게 하는 자극을 향한 접근 행동을 몰아간다. Kent Berridge 의 연구가 보여 주었듯이 도파민은 좋아한다(Liking: 실제로 누리는 쾌락의 경험)보다는 원한다(Wanting: 보상을 향한 동기)에 관여한다. 이 구분은 연애 심리학에서 중요한데, 연애 초기에 나타나는 강한 갈망, 곧 상대를 만나고 싶고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은 도파민 계통의 활성화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연애 초기의 도파민 활성화
Helen Fisher 등이 2005 년에 수행한 fMRI 연구는 연애 초기에 있는 사람이 연인의 사진을 볼 때 VTA 와 미상핵처럼 도파민이 풍부한 영역이 강하게 활성화된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이 활성화 양상은 코카인 같은 약물이 일으키는 보상 반응과 비슷해서, 연애 초기가 지니는 중독적인 성질을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뒷받침한다. 연애 초기에는 상대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침입적 사고, 상대와 다시 만나고 싶다는 강한 갈망, 상대의 사소한 행동에도 지나치게 기뻐하는 반응, 상대 이외의 것에 대한 관심의 저하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보상과 관련된 도파민 계통의 활동이 강해진 상태가 있다고 여겨진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강한 도파민 반응이 몇 달에서 몇 년 사이에 감쇠하고, 관계가 열정적 사랑에서 우애적 사랑으로 옮겨 간다는 사실이다. 감쇠에 걸리는 시간에는 개인차가 크다. 이 이행은 쾌락 적응(Hedonic Adaptation)의 기제와도 이어지며, 같은 자극에 대한 도파민 반응이 서서히 약해지는 신경 적응의 결과다.
도파민과 장기적 관계, 궁합에 주는 시사
도파민 계통의 활동 양상에는 개인차가 있고, 이것이 연애 행동과 궁합에도 영향을 준다. 도파민 계통의 민감도에 나타나는 개인차는 새로움 추구(Novelty Seeking)나 자극 추구성과 함께 논의되는 일이 많고, 빅파이브의 외향성과 개방성과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Helen Fisher 는 성격을 네 가지 신경화학적 유형으로 나누는 모델을 제시하면서, 도파민 우세형(Explorer)은 호기심이 왕성하고 모험을 즐기며 같은 도파민 우세형에게 끌리기 쉽다고 보았다. 다만 이는 Fisher 자신의 모델이며, 널리 검증된 분류는 아니다. 오래 이어지는 관계에서 도파민 계통을 다시 활성화하려면 새로운 경험을 함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Aron 등의 연구에서는 커플이 새로운 운동이나 여행, 배움처럼 새로운 활동을 함께 해 나갈 때 관계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는 자기 확장 이론과도 들어맞으며, 새로움이 도파민 방출을 촉진하고 그 즐거움이 상대와의 관계에 귀속되는 기제로 설명된다. 자신과 상대가 새로운 것에 끌리는 정도는 대개 같지 않고, 그 차이는 오해되기 쉽다. 한쪽이 여행이나 배움을 계속 제안하는데 다른 한쪽이 늘 거절한다면, 그것은 애정의 크기가 아니라 새로움을 원하는 정도의 차이일 때가 많다. 이 차이는 어느 쪽이 고쳐야 할 결점이 아니다. 설렘이 사라졌다고 결론을 내리기 전에, 둘 다 해 본 적 없는 일을 하나 더해 보면 된다.